힘들고 암담한 상황에 닥칠 때마다 소록도에 갖힌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
"한 놈, 두 놈, 삑구타고 민들레 찧다 짜리 떴다 뚱 뗑!"
삑구는 찝차란 뜻이고, 민들레는 작부, 그리고 짜리는 경찰을 뜻한다고. 뚱 뗑은 도망치는 소리.
즉 "한 놈, 두 놈, 찝차타고 작부와 놀아나다 순경 떴다 도망치자 뚱 뗑!" 이란 뜻.
바깥에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지만 현실은 소록도의 갖힌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염원을 희화화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을까.
일제 강점기. 달수와 호준, 달중이는 나병에 걸려 소록도에 갖힌 채 손가락과 발가락이 떨어져가면서도 노동착취와 인체실험에 시달리며, 그래도 언젠가는 이 곳을 벗어나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준은 성경책을 붙들고 살며 소록도를 먼저 탈출한 창수형이 와서 자신들을 탈출시켜주기만을 기다리고, 달수는 어떻게든 이 곳을 탈출하려고 생각하며, 달중이는 그저 병을 고치고 싶어하는 착하디 착한 그런 인물이다.
내게는 이해할 수 없었던 호준이지만, 마지막에 어쩔 줄 몰라 불안해 하며 머금은 눈물을 떨어트리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저렸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생활에 어떤 위험과 두려움이 도사릴지 모르니까, 그리고 사실은 가장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어린 그가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하지만 나는 달중이가 너무나도 슬펐다.
"나는 달, 꽃, 사람 이런 것들이 좋았어. 그 중에서도 유채꽃이 가장 좋았어."
너무나도 착해빠진 달중이는 그저 병을 치료하고 싶을 뿐인데,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인데. "여보, 그냥 나 보러 자주만 와."라고 앵두꽃이 피어나듯 얼굴에 빨간 반점이 피어나 나병에 처음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격리되었을 때를 추억하는 장면에선 먹먹해졌다. 도대체 그가 시술받은 심장수술은 무엇이며 토끼주사는 무엇일까.
어젯밤에는 노오란 유채꽃밭에 서서 바람을 맞는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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