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텅 비어있는 깜깜한 부엌에서
우리의 모든 끼니를 마련해준 엄마에게.
- <고령화 가족> 서문 -
- <고령화 가족> 서문 -
자녀들은 살아가면서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그건, 우리 부모님은 엄마, 아빠라는 칭호를 달기 전에는 어떠한 생활을 살았었던 것인지. 나의 엄마도 아이였었고, 소녀였었고, 여자였었다.
여자였었다, 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사실 자녀들은 엄마의 '성별'에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엄마는 대단하다. 가족 그 누구와도 화장실을 같이 쓸 수 있다. 너무 뜬금없나? 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딸이 화장실을 쓰는 동안 아빠가 들어갈 순 없어도, 아들이 화장실을 쓰는 동안 엄마는 들어 갈 수 있다. 딸이 쓰는 동안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사실 자녀들에게 '엄마'란 존재는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한 인간 개체로써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돌봐주고 키워주는 선구자적인 존재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성(無性)적인 존재랄까.
이 가족, 정말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집안이다. 평균 나이 49세의 고령화 가족. 일흔세가 넘은 노모와 50대에 들어선 두 아들, 그리고 40대의 딸. 형은 전과 5범에 뚜렷한 직장도 없이 노모집에 얹혀 산지 2년이 넘었고, 동생도 영화제작을 하다가 말아먹고 알콜중독자가 되어 돌아왔다. 딸은 바람을 펴서 이혼 당했다. 하지만 이 집 안에 얽힌 비밀은 이 것들 뿐만이 아니다. 많다,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인생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일 정도라니 수긍이 가며 내 이야기 같고, 막장인 이 집 안의 중심엔 엄마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우리 엄마가 생각나고, 내가 모르는 엄마의 예전 삶이 궁금 해 졌다.
단순하고 간결한 문체에 흐르는 듯한 전개. 가족에 대해,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책이었다. 흥미위주로 읽기에도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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