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스파게티 요리사
올해는 조용히 둘이서 보내는 크리스마스이브.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보다는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기로 했다.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크리스마스이브의 메뉴는 호주산 서로인 스테이크와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그리고 시저 샐러드. 나름 1년 동안 요리 수업도 들었건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이 세개의 메뉴 만으로도 애좀 먹었다.
특히 스테이크는 냉동이 아닌 생고기를 샀는데 핏물을 빼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구워야 하는지 몰라서 핸드폰으로 검색 (혹시나 몰라서 검색을 통해 들어올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스테이크는 핏물을 빼지 않고 생고기 상태로 그냥 굽습니다. 냉동일 시 해동을 잘 하고 구워야 한다고 하네요). 알리오 올리오에는 관자와 새우를 잔뜩 사서 넣었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냉동 새우가 아닌 생새우를 샀는데 새우 등에 있는 새우 내장을 직접 하나하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 면을 끓이기 시작하고 나서야 알아차린 덕분에 엄청난 손놀림으로 두 주 먹어치를 다 손질했다. 여기서 막간을 이용한 요리 강좌.
~ 요리 초보도 할 수 있는 알리오 올리오 스파게티 만들기 ~
준비물: 스파게티 면, 소금, 올리브오일, 마늘 슬라이스, 매운 고추 슬라이스 (페페론치노, 청양고추, 태국고추 등 일반 고추 아닌 작고 매운 고추), 양파 슬라이스, 해산물 양껏 (내장은 미리 손질할 것), 치킨스톡 (혹은 굴 소스)
조리 방법: 스파게티 면을 팔팔 끓는 물에 삶는다. 소금을 조금 넣어서 간을 하고 삶아진 면을 건져 올려 차가운 물에 헹군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과 함께 마늘 슬라이스와 매운 고추 슬라이스를 볶는다. 마늘이 투명해지고 매운 냄새가 올라올 때 즈음 양파 슬라이스와 해산물을 잔뜩 넣고 볶고, 양파가 반쯤 투명해지면 면을 넣고 볶는다. 치킨스톡이나 굴 소스를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맞춘다.
끝!
열심히 마늘과 고추를 볶다가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고 눈을 못 뜨겠기에 당황했는데, 환풍기를 돌리지 않아서 그랬다는 거. 결국 현관문까지 열어놨는데 복도까지 매운 냄새가 가득 차고도 빠지지 않아 한 시간 정도 기침을 멈출 수 없었다는 웃지 못할 슬픈 이야기. 요리할 때에는 꼭 처음부터 환풍기를 켜 놓고 합시다.
시저 샐러드는 시판 샐러드 봉지를 사서 볼에 야채 담고 크루통 담고 치즈 가루와 드레싱 뿌리니 완성. 스테이크 소스도 마트에서 사서 뿌리니 나름 그럴듯하게 근사한 요리가 되었다. 스테이크를 미디엄 레어로 굽는다고 구웠지만 레어로 되어 버려서 다시 구운 것만 빼면 나름 반응도 괜찮아서 뿌듯했고.
스파게티 면이랑 매운 고추랑 많이 남았으니까 조만간 한번 더해먹어야겠다. 꼭 환풍기 켜놓고.